애드센스



독립시계사들의 소우주를 보다 보기

MBC에서 시간의 명장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원래는 NHK에서 만들었고 제목은 위와 같다. 여튼 작고, 정교하고, 튼튼한 손으로 만든 것들에 꽤나 관심있는 척 하면서도 이 다큐를 이제야 봤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측면에서 두명의 약간 다른 스타일의 독립시계사의 작업 모습을 비추는 커다란 메인 흐름의 뒤로, 전반적인 손목 시계의 역사와 스위스의 유명 기업들의 모습, 그리고 바젤과 제네바의 시계와 관련된 여러 모습들을 너무 깊게 들어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보여주는 노련함이랄까 기획이 참 튼실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BBC처럼 집요하거나 거대하게 접근하지는 않지만 NHK 특유의 재미가 있다. 물론 EBS나 KBS의 다큐멘터리도 점점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필립 듀포의 튼튼하면서도 단순한 시계가 맘에 든다. 찾아봤더니 원래 JLC에서 일했었다.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한 아저씨이긴 한데(친구였다면 곤란할 듯) 꼭 성공해서 다음 번에는 돈 안 빌리고 시계 만들 수 있을 정도라도 되면 좋겠다. 맘 같아서는 하나 구입해 보탬이 되어 주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안드로메다라 곤란한게 아쉽다... 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상당히 괜찮은 것 같다. 괜한 걱정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어진 시계 Simplicity가 현재 환율로 (1스위스프랑=1,187.7원) 찾아보니 34mm 플래티넘 버전이 7460만원이고 37mm 플래티넘 버전이 7600만원이나 된다. 그래도 Simplicity는 그래도 꽤 팔린 듯 해 상업적 성공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개 정도 팔린거 같은데 개당 5천만원 쳐도 매출 100억이다. 다큐멘터리 당시에는 혼자 일했는데 지금은 어시스턴트도 있다. 특히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일하던 막내딸도 이제는 듀포씨를 도와 일하고 있다.

Purist라는 시계 포럼 사이트에 필립 듀포 공방에 단체 방문한 사진이 있길래 올려본다.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임.
작업이 끝난 Simplicity 로즈골드 버전. 문자판이 검정색인게 더 좋아보인다. 이건 플래티넘 버전보다는 약간 싸다.

아저씨 공방 작업 의자에서 바라본 바깥 모습. 역시 스위스구나.


참고로 필립 듀포가 살면서 좋아하는 시계는 많았지만 구입한 시계는 단 하나가 있다고 한다. 바로 아 랑게 운트 쇠네의 데이토그래프 핑크 골드 버전. 유일하게 구입한 시계가 독일산이라는게 재밌다.
위 사진은 듀포씨 본인 소유 시계다. 손이 역시나 장인의 손답게 거칠다. 어쨋든 덕분에 이 버전의 시계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The Dufour Datograph라고 불린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필립 듀포와 랑게 운트 쇠네의 시계 사이에 심플함과 튼튼함, 전통의 존중 같은 공통점이 꽤 보인다. 랑게 운트 쇠네 쪽에서도 전통 방식의 개인 버전이 듀포씨고 인더스트리얼한 방식이 자기들이 일하는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디너에도 초대 받는 등 서로 간에 친밀한 관계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이외에 자신이 사용하는 시계는 Simplicity의 최초 버전인 No.000 이다. A Grande Sonnerie는 자신이 만들었지만 비싸서 자기는 못 쓴단다. 그 시계를 만드는데 9개월 걸리는데 자기 걸 만드는데 그만한 시간을 쓸 수는 없다고. 어쨋든 뭔가 좀 재밌는 양반이다.


덧글

  • 코알라스님 2008/12/31 02:26 #

    친구가 가짜시계 도매상을 해서 IWC 밥주는 시계로다가 하나 샀었드랬는데,
    공항에서 검문기 통과할 때, 살짜쿵 떨어뜨렸더니, 초침, 시침, 숫자판들이
    비내리듯 후두둑 떨어져 내리더군요. 이 후로 스와치에서 가장 비싼 시계를
    구입하고 차고 다닙니다. 역시 가짜는 안되.
  • macrostar 2008/12/31 11:29 #

    진짜였으면 더 곤란해지셨을거 같은데요. 오토매틱, 특히나 복잡한 구조의 고급시계들은 대부분 충격에 매우 약합니다.
  • 마리 2009/01/01 03:31 #

    우와..시계 참....멋들어지네요.
    저는 목걸이귀걸이팔찌 이런건 않해도 시계 욕심은 초큼 있는데 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포스팅 이네요.'ㅅ';
  • macrostar 2009/01/01 13:14 #

    다큐에 보면 조그마한 금속 재료들이 모여 어느 순간 쨰깍거리며 마치 생명을 얻은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가 참 멋집니다. 저도 시계 같은거 무척 관심이 있는데 이건 뭐 너무 비싸서 -_-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거겠죠~
  • 플라멩코핑크 2009/01/02 23:23 #

    저도 그 다큐멘터리 넋을 잃고 봤어요. 그 조그만 부품 모두 직접 정교하게 만드는 과정도 놀라웠지만 그 과정을 세세히 촬영하는 과정또한 신기했어요. 방송 카메라들이 참 신기했다능~
  • macrostar 2009/01/04 00:13 #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거니까 그리 열심히 집중해서 할 수 있는거겠죠- 다큐에서는 날씨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것보다 그 나라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듯 해요. 저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
  • fENRIR 2009/01/04 22:10 #

    값비싼 시계들은 의례 그만큼 튼튼하기도 할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요.
    그나저나 스위스 장인이 독일산 시계를 보면서
    "역시 외제는 달라..."라고 중얼 거리고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 macrostar 2009/01/04 22:59 #

    옷도 구두도 시계도 만년필도 심지어 자동차도, 하여간 무엇이 되었든 손을 많이 타며 복잡하게 만들어진 것들은 관리가 무척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굉장히 사람을 귀찮게 만들지만 확실히 관리해 준다면 실력을 발휘해 주지요. 그런 점에서 확실히 값싼 물품들처럼 맘이 편한 건 없는거 같습니다. 다만 손이 많이 가면 그만큼 정도 들고, 애증도 나름 쌓이고, 어쨋든 끝까지 같이 가보자라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이런 걸 꼭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듀포씨는 양산품 중에선 랑게 운트 쇠네를 최고로 치는 거 같더군요. 인터뷰에서 매우 자주 언급합니다. 재밌죠.
  • hy 2009/01/05 01:01 #

    예전에 모 커뮤니티에서 다운 받아 시간날때마다 보는데.
    볼때마다 감탄하게 되네요.
    뭐랄까 우리나라 예지동 아저씨들도 생각 좀 나고..
    남대문 시계상가도 생각나고..
  • macrostar 2009/01/07 22:23 #

    예지동에도 굉장히 실력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던데 그런게 시계 만들기까지 나아가지 못하는게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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