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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27일
연필은 가볍고, 나무향이 난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몽블랑에서 나온 그 어떤 좋은 만년필도 나무향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연필이 가진 단 한가지 흠이 있다면 가지고 다니는게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파버 카스텔에서 나온 같은 초록색의 수성펜 뚜껑으로 연필 전용 뚜껑을 만들었는데 이게 내가 만들었지만서도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단 한 자루밖에 들고 다닐 수가 없다. 그리고 뽀족하게 깎인 연필을 언제나 사용하고 싶지만 연필깎이를 매번 들고다니는 것도 피곤하다. 더구나 부실한 소형 연필깎이들은 툭하면 덮게가 열려 흑연과 나뭇가루들로 가방을 범벅을 만들어놓기 일쑤다. 역시 가장 유용한건 연필용으로 만들어진 틴 케이스다. 그걸 염두에 두고 오랫동안 찾아다닌 모델이 있었다. ![]() 이 사진은 1907년에 나온거고 12자루용이라 구하기도 무척 힘들고 용도에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걸 감수한다면 20년대, 길게는 40년대 산 정도까지는 좀 노력한다면 비교적 알맞은 가격에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요되는 운송비, 들이는 시간과 수고를 생각하면 과연 그렇게까지 노력할 필요가 있는 일일까 싶다. 내가 미국이나 독일에 있다면 찾아나서겠지만 서울에서는 그렇게 쉽게 나설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기엔 저것만 한 게 없다. 왜 저렇게 예쁘게 생긴건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걸까. 왜 파버 카스텔은 연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 사무실이나 책상 위에 던져놓고, 생각날때 하나씩 빼들고 사용한다고 생각하는걸까. 가방에 넣어두고 연필이 닳으면 새걸로 하나씩 꺼내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6자루면 사용이나 운반상 무척 적정한 용량이라고 여겨진다) 생각하지는 않는걸까. 사실 2005년에 파버 카스텔 9000의 100주년 기념 모델이 나온 적이 있다. 틴 케이스에 몇자루의 연필과 지우개가 들어있다. 지금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것과 연이 잘 닿지 않는다. 찾으면 없고, 안찾으면 나타난다. 그러다가 솔직히 정내미가 좀 떨어져버렸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파버 카스텔의 틴 케이스는 최소 12자루용이고 (난 그렇게 큰 사이즈는 필요없다), 스테들러에서 6자루들이가 나오지만 HB부터 8B까지 내게는 별 필요 없는 연필심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그러다 오늘 스테들러 6자루 틴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연필들을 몰래 H로 바꿔치기 하고 (파버는 HB, 스테들러는 H를 좋아한다) 사들고 왔다. 어쨋든 연필이 딱 들어맞는게 무척 맘에 든다. 일단 빨리 다 써서 치워버릴 연필들로 채워놔봤다. ![]() 상당히 맘에 든다. 덕분에 가방에 휙 던져놓고 연필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연필깎이 덮게가 열려 짜증나는 일도, 연필심이 가방이나 필통을 더럽히는 일도 겪지 않게 되었다. 기쁘다. 그렇지만 AW 파버의 케이스 구하는 일을 완전히 멈춘건 아니다. 계속 머리 속 어딘가를 떠돌며 아마도 언젠가 다시 튀어나올게 틀림없다. 관련 제보를 구해봅니다. 시간 제약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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