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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30일
감상(感傷)을 위한 감상(鑑賞)은 음악을 대하는 그다지 좋은 태도가 아니다. 조세희가 시간여행에서 음식에 대한 추억을 가지지 말라고 했듯이 음악에 대한 추억도 가지지 않는게 좋다. 하지만, 기억은 언제나 바닥 깊은 곳에 침잠해 있고 언젠가 때가 오면 모르는 채하며 다시 피어오른다. 내가 있었다며. 잊지 말아달라며. 심의를 받지 못한 음반들이 대학가 앞 사회 과학 서점에서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거기서 노찾사의 테이프 3개를 샀었다. 희망의 노래 꽃다지의 테이프도 서점에서 샀고, 조국과 청춘의 테이프는 어느 집회에선가 공연을 보고 샀다. 락 키드였던 시절, 소닉 유스와 U2가 모든 걸 바꿔놨고 나는 편견 따위를 없애려고 무진장 노력했었다. 그저 내가 모르는 소리들을 듣고 싶었을 뿐이다. 음악에는 둔감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던 나의 선배 중 한명은 민중가요는 분위기라고 했다. 어느 집회에선가 듣고, 감동하면 좋아하는 곡이 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분명 투박하지만 삶과 사회의 플럭스 중 하나다. 분노와 노여움과 감정들이 철철 넘쳐흐르다가 가사로 멜로디로 흘러들어간다. 평범한 삶을 영위했지만 나는 그 흡수에 가끔씩 감동받았을 뿐이다. 더구나 정태춘은 기타도 (아주) 잘 친다. 이 테이프들은 긴 세월을 지나며 듣기가 힘들 정도로 늘어졌고, 더구나 어느날 문득 방을 쳐다보니 내게는 카세트 테이프를 구동시킬 수 있는 도구 따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건 CD로 구입해, 어떤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컴퓨터 안에 하나씩 하나씩 넣었다. 찾아낸 것도 있고, 못찾은 것도 있다. 세달 전까지만해도 이것들은 내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8421곡이나 되는 음악들 속에 묻혀있었을 뿐이었다. 랜덤으로 듣다가 어쩌다 한번씩 광야에서가, 노동의 새벽이, 저 평등의 땅에 따위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아 이런게 있었지 하며 듣기도 하고 넘기기도 하는 그런 나날들. 나로선 딱히 기억할 것도, 딱히 끄집어 낼 것도 없는 그런 시절들의 잔재들. 그때 난 왜 그 테이프들을 샀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세달 전이다. 과연 그때 누가 이 노래들을 사람들이 다시 거리에서 부르게 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과연 그때 누가 이 노래들을 처음 들어볼 중고등학생들이 이 낯선 노래의 가사를 외우려고 애쓰고 있게 될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어제 종로를 전전하며 뛰어다니던 촛불의 모습을 보며 이 노래가 어렴풋이 기억나는건 아마 나 뿐만이 아니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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