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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19일
1. 물론 어렸을때는 설렁탕 같은건 관심도 없었다. 뭔지도 잘 몰랐고. 오히려 관심이 있다면 조선왕조 오백년이니 암행어사 박문수니 하는 사극을 보면 곧잘 등장하는 국밥이었다. 누군가 주막에만 들르면 나오는 '국밥 한그릇 말아주쇼~'라는 대사는 과연 국밥이 뭘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렇지만 애들이 갈만한 국밥집 같은건 아마도 없다. 2. 설렁탕은 분명 어린 아이들이 먹을 레벨의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의 존재를 무시하진 않는다. 내 친구의 조카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데 홍어회를 즐겨먹고 좋아하는 노래는 상록수다. 설렁탕을 좋아하고, 더구나 이해하는 초등학생도 틀림없이 있겠지만, 분명 많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만약에 많다면, 그것도 좀 문제인 사회 아닐까. 3. 설렁탕에 관한 첫번째 기억은 초등학생인가 중학생 때인가, 여하튼 80년대 말쯤에 박봉성 아니면 고행석의 만화책을 보다가이다. 주인공이 무슨 일인가 때문에 꽤 굶었는데 천연덕해 하는 주인공을 맘씨 착하고 주인공을 위해주는 아저씨 한명이 데려가 설렁탕을 사먹이는 장면이다. 뭐 별건 없고 뚝배기 그릇에 뭔가 덩어리가 둥둥 떠있는 그림이었는데 그게 왠지 굉장히 먹어보고 싶었다. 주인공도 아주 맛있게 먹었던거 같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딱히 부모님이 유난히 매니아여서 데리고 가면 모를까, 애가 갈만한 설렁탕 집 같은건 없다. 4. 대학 다닐때 학교 식당에서 설렁탕이 가끔 나왔는데 허연 국물의 매니악한 모습은 솔직히 별로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단 좀 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유 생각도 나고. (단 음식도 별로 안좋아하고, 우유도 안좋아한다) 5. 한참이 지나 2000년 초 쯤 광주 비엔날레를 보고싶어서 혼자 광주를 찾아갔다. 터미널에 내려서 뭔가 좀 먹어야 되겠는데 생각하고 있는데 나주 곰탕집이 보였다. 본래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학습욕은 대단히 강하지만 모르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도 대단히 강한 편이라 이런데는 잘 들어서지 않는 편이다. 보통은 그냥 박리 분식(지금은 다 김밥 헤븐이지만 한때는 박리 분식이 그렇게 많았다)에 들어앉아 순두부 찌게나 만두 라면이나 먹든가 하는 정도. 그렇지만 그때는 왠지 곰탕이란게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큰맘 먹고 들어갔다. 갈비탕 비슷한 국물에 계란 지단을 올려놓은 곰탕이라는 음식은, 대체 어떻게 만든건지 전혀 짐작도 안갔지만 꽤 먹을만 했다. 그리곤, 아 이런거 자주 먹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6.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설렁탕집, 곰탕집 같은건 동네마다 있는 음식점은 아니라 가보진 못하다가 회사 다닐때 사람들하고 같이 설렁탕을 먹으러 갔다. 먹어본적이 거의 없는 음식이라 식탁에 놓여있는 파, 소금, 다데기 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룰을 잘 몰라서 좀 당혹스러웠지만 모른척하고 남들 따라 먹었다. 7. 생각해보면 얼마 된 일도 아니다. 길어야 6년, 7년쯤. 어쨋든 나는 그로서 설렁탕과 곰탕 전선에 나서보기 시작한거 같다. 더불어 냉면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졌다. 대중적인 한식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엿봤다고나 할까. 진짜 된장찌게, 김치찌게를 찾아나서고 유명한 조리장의 인터뷰를 읽어보며 만들어도 보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김치 찌게 같은건 나름 꽤 자신이 있다. 양식, 일식의 세계를 거치고 나서야 우리 음식에 조금 다가갔으니 생각해보면 그것도 참 웃기는 일이다. 김치찌게 만드는 법보다 봉골레 만드는 법을 먼저 알았다면 그것도 사실 문제다. 8. 설렁탕, 곰탕은 우선 곰국이 시작이다. 육탕이라고도 하는 곰국은 소고기와 내장들을 넣고 오래 끓인 국이고 여기에 밥을 넣으면 곰탕이다. 그리고 소고기, 내장과 더불어 사골이나 등뼈를 많이 넣으면 그게 설렁탕이다. 곰탕집보다 설렁탕집이 좀 많은데 그건 곰탕 쪽이 끓이기가 더 어렵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설렁탕이 조금 더 대중적이라면 곰탕 쪽이 아무래도 더 럭셔리한 쪽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곰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는데 황해도 해주 곰탕, 대구의 현풍 곰탕, 나주의 나주 곰탕이다. 나주 곰탕이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걸로 알고 있다. 아쉽게도 나는 나주에 갔다가 나주 곰탕 밖에 못먹어봤다. 9. 일요일에 곰탕을 먹었는데 오늘은 설렁탕을 먹었다. 이상하게 2008년에는 고깃 국물이 땡긴다. 어쨋든 결론은 일주일에 두번씩 먹을 음식은 아닌거 같다. 10. 6번에 나온 다데기에 대해서. 국립국어원에서는 '다대기'를 일본어에서 온 말로 생각해 '다진 양념'이라는 말을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의견으로는 우리말 '다지다 + 기'에서 나온 말이라는 의견도 있다. 앞부분 어근의 유사성은 덮어놓고 넘길 문제는 분명히 아니다. 그런데 브리태니커 사전에서는 '함경도 음식은 간이 짜지는 않으나 마늘, 고추 등 양념을 강하게 쓰는데 고추가루 양념의 별칭인 다데기라는 말은 이 지방에서 나왔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함경도 방언을 들춰보는 일까지는 내가 하기엔 버겁다. 여기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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