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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6일
![]() 일부러 찾아가 비싼 돈 주고 구입할 만한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하우스에서 중점을 두고 볼만한건 크게 두가지 요소다. 하나는 애티튜드다. 이 회사는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물론 아마도 가장 큰 목표는 회사의 유지임은 분명하다. 망하지 않고 버텨내는 것. 이 치열한 경쟁터에서 살아남는 것. 이런 본질적인 욕구에서 한칸 더 올라간 애티튜드는 이 혼란의 와중에 버텨내기 위한 가장 큰 무기다. 왜 루이비통 대신에 내가 만든걸 사야하는가, 왜 에르메스 대신에 내가 만든걸 사야하는가. 애티튜드 없이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무척 힘들다. 두번째는 테크닉이다. 좋은 원단을 고르고, 재대로 옷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도 최고의 수준으로. 이건 디자이너 하우스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덕목이고, 이게 갖춰져있지 않다면 당연히 이 안으로 들어올 자격이 없다. 이 부문은 패션쇼와 수많은 구매자들 덕분에 끊임없이 재평가 된다. 허울좋은 이름만 가지고 대충 만들어 상표만 붙여서 내놓는다고 치자. 이 바닥은 그닥 쉬운 동네가 아니다. 수많은 쟁쟁한 라이벌들이 버티고 있다. 소문은 금방 퍼진다. 별로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어쨋든. 오스틴 출신의 톰 포드가 구찌를 구원하기 위해 들어간게 1990년. 그는 한때의 가죽 명가 구찌를 일류 옷장사 브랜드로 만들어놓았다. 톰 포드 이후 잘 팔리기 위한 마케팅과 이미지 메이킹은 디자이너 하우스의 가장 큰 덕목이 되버렸다. 결국 각각의 디자이너 하우스를 규정짓던 애티튜드는 사라져버렸다. 패션을 자신의 애티튜드를 표현하기 위해 이용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지만 그건 이미 불가능해져 버렸다. 물론 시장은 훨씬 넓어졌다. 잘 팔리는건 좋은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뭐든 팔려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아야 다음 시즌을 선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다 똑같아지고 있다. 모두들 일류, 최고, 럭셔리를 외치지만 지향점은 모두 한군데다. 더 잘 팔리는 옷, 더 잘 팔릴 옷. 이건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세계와 같다. 요란하지만 새로운건 없다. 톰 포드 덕분에 애티튜드들은 사라졌고 그러므로 모든 브랜드들은 한 점으로 수렴해가게 되었다. 1980년 이전의 샤넬이 없는 세상은 분명 지금과 다른 세상이다. 샤넬은 여성들의 세상 진출을 원했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옷의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1980년 이전의 에르메스가 없는 세상도 분명 지금과 다른 세상이다. 그들은 가죽의 관리와 세공에 모든걸 바쳤고 그들 덕분에 만들어진 수많은 관리법들은 아직도 모범이 되고 있다. 발렌티노, 이브생로랑, 랑방 모두들 한때 남 신경 안쓰고 자신들의 길을 가던 시절이 있었다. 좋았던 시절도 있었고, 힘든 시절도 있었겠지만 어쨋든 그들은 우리가 패션에 대해,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해 가져야할 애티튜드를 완성시키는대 도움을 주었고, 지평을 넓혀주는데 일조했다. 물론 이들도 이젠 모두 한 길을 가고 있다. 목표는 명료하다. "잘 팔리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초일류 디자이너 하우스." 다시 물어본다. 왜 나는 에르메스 대신에 톰 포드를 선택해야 하는가. 왜 나는 샤넬 대신에 톰 포드를 선택해야 하는가. 톰 포드의 대답은 대체 뭔가. 톰 포드의 옷이 존재하는 세상과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과연 뭐가 틀린가. 지금 샤넬과 에르메스는 뭐가 틀린가. 라거펠트 대신에 갈리아노를 선택해야 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게 대체 뭔가. 그렇다면 이들은 왜 존재하는가. 점점 더 볼게 없어지고 있다. 나는 패션이 재미없어진 이유가 헬무트 랑의 은퇴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건 이미 오래전 구찌의 부흥 때문이었다. 결국 이런 사실들은, 자신들을 다시 붙잡을 덫이 될 것이다. 그들은 더 큰 회사를 가지게 되었지만, 아마도 결국은 이름을 잃게 될 것이다. - 꽤 예전에 쓴거지만 물론 내 예상은 많이 틀렸다. 3~4년전부터 구찌가 망할걸 예상했지만 여전히, 그것도 더 잘 팔리고 있다. 요즘의 구찌는 사실, 톰 포드가 있을때의 구찌보다 더 난망한 상황이다. 지금의 구찌가 망하지 않고 버티는 (더구나 작년인가 세간의 네임 밸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상이라면 그게 더 문제가 아닐까 조용히 생각하고 있다. 내가 떠들던 말든, 더 잘 팔릴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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